핵심 요약

  • 골드만삭스는 2026년 코스피 12개월 목표를 8,000 → 9,000 → 12,000으로 단계적 상향했고, 7월 고점 대비 약 39% 급락에도 목표를 유지했다.
  • 근거는 세 가지: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약 +320% 성장 전망, 선행 PER 6.65배(2009년 이후 최저), AI 수요 기반 메모리 슈퍼사이클.
  • 이 낙관은 '메모리 사이클'과 '밸류업 리레이팅'이라는 두 다리 위에 서 있다.
  • 가장 상위 관찰 신호는 빅테크 AI 투자(캐펙스) 방향이다.

7월에 반토막 났는데 왜 골드만은 목표를 안 내렸을까

올해 코스피는 연초 대비 한때 두 배 넘게 올랐다가 7월에 고점에서 약 39% 폭락했다. 보통 이런 급락 뒤에는 목표치를 슬그머니 낮추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골드만삭스는 반대로 움직였다. 5월에 목표를 8,000에서 9,000으로 올렸고, 6월 초에는 12,000까지 끌어올렸다. 7월 급락 직후인 8월 6일, 티모시 모(Timothy Moe) 팀은 이 하락을 '강세장 속 조정(bull-market correction)'이라고 규정하며 12,000 목표를 공개적으로 재확인했다. 현재 지수에서 12,000은 약 +92%, 거의 두 배 더 올라야 닿는 숫자다(Bloomberg 2026년 6월 3일, 한국경제 2026년 8월 6일).

이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하려면 골드만이 제시한 근거 세 가지를 순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그 근거가 지금도 살아 있는지, 아니면 흔들리기 시작했는지를 가늠하는 신호까지 살펴야 그림이 완성된다.

근거 첫째 — 기업들이 역대급으로 돈을 번다

골드만이 드는 첫 번째 근거는 이익이다. 2026년 코스피 전체 순이익 성장률을 약 +320%로 전망한다. 골드만 스스로 "아시아 어느 시장에서도 본 적 없는 규모"라고 표현한 수치다(CNBC 2026년 6월 3일). 이 숫자를 반도체가 독식한다고 보기 쉽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아예 빼도 나머지 기업들만 +74% 성장이라는 게 같은 보고서의 추정이다. 업종 전반이 함께 치고 올라오는 구조라는 뜻이다.

실물 데이터도 이 방향을 가리킨다. 2026년 상반기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5% 뛰었다(글로벌이코노믹 2026년 8월). 삼성과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 캐파 중 HBM(고대역폭 메모리) 비중을 10%대에서 30%까지 끌어올렸는데, HBM을 만드느라 범용 D램 공급이 줄고 가격이 동시에 밀려 올라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이익의 온기가 하반기에는 비반도체 업종으로도 번진다는 게 골드만의 추가 시각이다(SBS Biz).

근거 둘째 — 그렇게 잘 버는데도 값은 위기 수준으로 눌려 있다

두 번째 근거는 저평가다. 현재 코스피의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6.65배인데,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산 가치 기준인 PBR(주가순자산비율)로 봐도 코스피는 포워드 기준 약 1.9배에 머문다. 같은 기준으로 미국 S&P500은 4.9배, 대만은 4.0배, 인도는 2.8배, 유럽은 2.2배다(아시아경제 2026년 6월). 7월 급락 이후에는 코스피 상장 종목의 약 75%, 802개 중 600개가 장부 가치 이하에서 거래됐다(서울경제 2026년 7월 29일). 돈은 역대급으로 버는데 값은 위기 때 수준으로 눌려 있다 — 이것이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 현상의 현주소다.

여기서 골드만의 계산이 흥미롭다. 코스피가 12,000에 도달하려면 선행 PER이 지금 6.65배에서 7.8배로 올라오면 된다. 과거 이 시장이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 고점 PER이 8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2,000은 사상 최고로 비싸져야 나오는 숫자가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 고점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도 도달한다. 비싸져서 가는 게 아니라 제자리를 찾는 것만으로 간다는 논리다(이데일리, 골드만삭스 공식 인사이트).

근거 셋째 — 메모리 슈퍼사이클, 시장은 아직 과소평가 중

세 번째 근거는 메모리 사이클의 길이다. AI 인프라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빨아들이는 강도가 과거 어떤 사이클과도 다르고, 이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골드만의 시각이다. 시장이 이 사이클의 지속 기간을 아직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SBS Biz).

이 수요의 원천은 하이퍼스케일러, 즉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오라클 같은 빅테크다. 2026년 이 다섯 곳의 AI 관련 자본 지출(캐펙스)이 약 7,251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8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된다. 2023년 1,481억 달러와 비교하면 3년 만에 약 4.9배 불어난 숫자다(KB증권). 이 투자가 계속 늘어나는 한 HBM 수요도 따라가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이익 추정도 살아 있게 된다. 반대로 이 수도꼭지가 잠기는 순간, 위에서 말한 이익 +320% 전제부터 흔들린다.

이 그림은 두 다리 위에 서 있다

근거 세 가지를 놓고 보면 낙관적인 그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구조는 두 개의 지지대에 의존한다. 하나가 흔들리면 그림 전체가 달라진다.

첫 번째 지지대는 메모리 사이클이다. 이익 +320%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메모리 가격이 피크아웃하거나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면 이익 전제부터 와르르 무너진다.

두 번째 지지대는 밸류업 리레이팅이다. PER이 6.65배에서 7.8배로 올라오려면 기업들이 자사주를 태우고, 배당을 늘리고, 지배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실제로 굴러가야 한다. 제도의 판은 이미 깔렸다. 2026년 3월 6일 상법 개정안이 공포·시행되면서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내 소각이 의무화됐고,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현재 747곳(시가총액 기준 시장의 약 83%)이 참여하고 있다(디지털타임스, 거래소 밸류업 백서 2026). 이제 남은 건 실제 소각과 배당 확대가 얼마나 이행되느냐다. 제도가 아니라 이행이 리레이팅의 열쇠다.

뭘 보고 판단하면 되나 — 이어갈 신호와 경계 신호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수급을 제일 먼저 들여다보는데, 그건 원인보다 결과에 가깝다. 진짜 원천 신호는 빅테크의 AI 캐펙스 방향이다. 이게 유지되거나 커지면 메모리 수요도 살아 있고, 이익 전망도 유효하다. 참고로 외국인 보유 비중은 2026년 8월 기준 약 39%인데, 연초 1~2월 약 3조 원 순매수로 상승에 불을 붙였다가 최근 순매도로 돌아섰다(INDEXerGO). 단기 자금 신호로는 의미가 있지만, 근본 펀더멘털이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 이어갈 신호(논리 유효): 빅테크 AI 캐펙스 유지 또는 증가 / HBM 공급 부족 및 메모리 가격 상승 지속 /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등 밸류업 이행 / 코스피 이익 추정치(EPS 컨센서스) 상향 흐름
  • 경계 신호(논리 훼손): 빅테크 AI 투자 축소 발표 / 메모리 가격 피크아웃 및 재고 증가 / 밸류업 후퇴 또는 관련 제도 무산 / 미국 금리 급변·달러-원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

리스크 — 놓치면 안 되는 세 가지

골드만의 논리가 정교하다고 해서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세 가지는 짚어두어야 한다.

첫째, 코스피는 올해 이미 한때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높이 올라온 만큼 변동성도 크다. 7월 급락(-39%)이 그 실례다. 둘째, 방금 말한 두 다리 중 하나만 흔들려도 12,000이라는 숫자는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 셋째, 유동성 변수다. 미국 공공부채는 GDP 대비 약 101%를 넘어섰고(CBO 2026년 2월), 회계연도 2026년 재정적자는 약 1.9조 달러(GDP 5.8%)로 추정되는데 국방비 증가와 추가 전쟁 비용까지 얹히면 부담이 더 커진다(Arms Control). 연준은 아직 금리를 3.50~3.75%로 유지 중이고, 7월 미국 비농업 고용은 -2.3만 명으로 감소 반전했다(BLS·CNBC 2026년 8월 7일). 이는 금리 추가 인상 압력을 낮추지만, 방향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더해지면 정책 불확실성은 당분간 열려 있는 상태다. 유동성은 위로도 아래로도 열려 있는 변수라, 어느 방향이든 단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12,000은 어디까지나 골드만삭스 하나의 12개월 하우스 뷰다. 국내 증권사들의 코스피 목표치는 7,600부터 11,600까지 제각각이다. 전망치는 분석가의 가정이 바뀌면 함께 바뀐다.

경제쏙쏙 한 줄 정리

골드만이 코스피 12,000을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한국 기업은 역대급으로 돈을 버는데, 값은 위기 수준으로 눌려 있다. 제자리만 찾아도 12,000이다." 단, 메모리 사이클과 밸류업 이행이라는 두 다리가 버텨줄 때만 성립한다. 두 다리 중 어느 쪽이 먼저 흔들리는지를 지켜보는 것, 그게 지금 이 시장을 읽는 핵심 프레임이다.

경제쏙쏙은 시장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구조와 수치를 정리합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으며, 각자의 판단에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투자 주의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 또는 재무 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전망치는 골드만삭스의 하우스 뷰로 확정된 미래가 아니며, 투자 결정 전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